중국이 더 많은 국유기업을 민영화하기 전 그 여파를 측정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4개 국유기업의 비거래 주식을 시장에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증권감독위원회는 5월9일 이같이 밝히면서 정부가 현재 3,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국유기업 비거래 주식을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전량 매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전체 상장기업이 사실상 민영화됨을 의미한다.
이번에 비거래 주식이 매각되는 4개 기업은 포장재 제조업체 上海紫江企集股有限公司 (Shanghai Zi Jiang Enterprise Group), 기계류 제조업체 三一重工股扮有限公司 (Sany Heavy Industry), 컴퓨터업체 清华同方环境有限责任公司 (Tsinghua Tongfang), 석탄업체 河北金牛能源股份有限公司 (Hebei Jinniu Energy Resources Company)로, 시장가치는 총 24억 달러 정도다.
증권감독위가 9일 증시 개장 전 이번 결정을 발표함에 따라 투자가들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희석될 것을 우려해 매도에 나서면서 상하이증시는 2.4% 셴젠증시는 3.3% 하락했다. 일부 중국인 투자가들은 정부의 이번 계획이 중국경제가 급성장함에도 불구, 주가하락을 유도한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일부에는 이번 조치가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하다며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투자가들은 중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데 대해 만연한 부패, 관리적 무능력 및 국유기업의 정부 통제에 따른 냉각효과를 지적하고 있다.
이번 조치와 관련, 투자컨설팅 업체 안바운드그룹(Anbound Group)의 헤 준(He Jun) 연구위원은 “이러한 개혁은 단기적으로는 투자가들에게 고통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계획이 증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변화가 없으면 어떠한 문제도 결코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1,000여 기업 대부분은 국유기업으로, 국민에 일부 지분만 매각될 뿐 대다수 지분은 사실상 정부 소유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상장 중국기업 주식의 2/3 정도가 비거래 국유주식으로 묶여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투자회사 인터내셔널 크레딧사의 아이 콴스(Ai Qunce) 전무는 “중국 증시는 순수한 시장이 결코 아니다”며 “중국 정부는 실적이 좋지 않은 국유기업을 주차(park)시키는 도구로 증시를 활용해 왔기 때문에 경제 성과와 증시 성과 사이에는 근본적인 왜곡이 항상 존재해 왔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가들도 있다. 한편으로는 사회복지 및 연금 프로그램에 자본을 조달할 필요가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불안정한 환율로 인해 증시에 한꺼번에 막대한 물량이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1년에도 국유기업 주식매각 시도를 했다가 주가가 1/3 폭락한 뒤 포기한 적이 있다.
국유자산의 공개시장 이전은 궁극적으로 국유기업의 강탈(pillaging)과 주가조작을 단념케 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조치가 민영화를 위한 단계로 기업에 더 많은 투명성을 주입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정부의 증시개입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번 조치는 일부 관료들에 의해 단행됐을 뿐 많은 투자가들이 정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